독서

집으로 가는 길

카프리2 2016. 8. 17. 15:20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 묶힌 단편 집으로 가는 길을 읽다)

(글이 부드럽고 간결, 서정적인 글이라 적어 본다)

 

 

집으로 가는 길(프란츠 카프카/민음사)

 

폭풍우가 지나간 후 대기의 설득력을 보시라!

내가 이루어놓은 온갖 일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나를 압도한다. 제 아무리 맞서보아도.

 

나는 씩씩하게 걸어가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나의 속도는 이 길섶, 이 길, 이 구역의 속도이다.

나는 마땅히, 문 두드리는 모든 소리들, 식탁판을 두드리는 모든 소리들, 모든 축배의 말들,

침대 혹은 짓고 있는 건물의 뼈대 속에 누운 연인들, 어두운 골목 담벼락에 바싹 붙어 선,

그리고 홍등가의 소파에 묻혀 앉은 연인들에 대해 책임이 있다.

 

나는 미래에 견주어서 나의 과거를 평가해 보나, 둘 다 탁월해서 그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고

나를 이토록 총애하는 섭리의 부당함이나 탓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나의 방으로 들어설 때면 좀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렇다고 층계를 올라가는 동안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해 볼 만한 거리를 발견한 것도 아니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혀도, 어느 정원에서인가 아직도 음악이 연주되고 있어도 내게는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

 

-변신.시골의사 179-180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