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설악산을 올랐어도 용소골을 안 가봤다면 이 땅의 산꾼이라 할 수 없다. 용소골은 절정의 경치를 간직한 험한 계곡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국립공원의 온실 속 등산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용소골은 벼랑이나 엄청난 물줄기로 쏟아지는 폭포가 앞을 가로막는 지점이 여러 곳이다. 요소마다 밧줄이 설치돼 있지만 매년 한 번씩 큰 비가 지나면 등산로 상태가 변해 아무도 시설물의 완벽함을 보장할 수 없다. 덕풍마을에선 몇 번이나 데크 등산로를 만들었지만 큰 비만 오면 떠내려가는 통에 더 이상 친절한 등산로는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용소골은 깊다. 상류인 큰당귀골까지 치면 10km가 넘을 정도로 깊고 절벽에 가까운 협곡이라 탈출로가 없는 것은 물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다. 간간이 만나는 소(沼)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입을 벌리고 있어 위태롭게 지나는 이의 걸음을 떨리게 한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계곡에서 산행은 더 고단하지만 풍경의 아름다움은 증폭된다. 그래서 산꾼이라면 “용소골”하고 발음할 때 순간적으로 1만 가지 풍경과 감정이 교차해야 정상이다.
제철 음식이 맛있듯 산도 제철에 타야 재밌다. 용소골의 제철은 장마가 지나간 한여름이다. 응봉산을 넘어와 땀으로 범벅되었을 때 만나는 싱싱한 계곡, 배낭 풀고 풍덩 뛰어들 때의 짜릿함과 자유로움이 용소골의 진정한 맛이다. 아직 용소골을 가보지 않은 베테랑 산꾼이 있다면 행운아다. 한국 산의 가장 시원하고 맛있는 부분을 아껴뒀기 때문이다. 용소골을 더 맛있게 타기 위해 알탕 산행을 간다. 끌리는 소가 있으면 어디든 풍덩 뛰어들 계획이다.
※ 우리 산악회는 덕구온천에서 하루 피로를 풀기 위해 덕풍계곡(용소골)-응봉산-덕구계곡-덕구온천 코스로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