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안타까운 것은 산식구들과의 대화가 아직도 "그들과의 대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대화란 쌍방 간 공통의 언어가 존재할 때 "우리들의 대화"가 가능한데 불행하게도 저는 아직 산식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통 언어를 찾지 못했습니다. 산속에서 그들과 묵언의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같이 웃고 같이 우는 우리들의 대화가 아니라 입 다물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그들에게 저 혼자서 찧고 까불고 하며 그들과의 대화를 끌어가기는 정말 힘듭니다. 어느 스님처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한마디만 던져놓고 물러서고 싶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하면 산식구들과의 대화는 끝납니다. 제가 관찰한 산식구들은 스님도 아니고 시인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힘이 들더라도 그들과의 대화를 우리들의 대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공통의 언어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공통의 언어가 존재한다면 언제고 찾을 것이고 그렇게 찾은 언어는 아마도 온 우주를 아우르는 최상의 언어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출처 ; 섬진강 둘레산줄기에서 길을 찾다. 23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