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문학으로 유람한 지리산 천왕봉 일출 산행
최근 '지리산 인문학으로 유람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진주시에 소재한 경상대학교 강정화, 최석기 교수가 지은 책이다. '아름다움은 절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하여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지리산이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녔으나 그 자체만으로 존재한다면, 지리산은 그저 우리나라에 널려 있는 다른 산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지리산은 금강산 다음으로 역사 속 선현들이 남긴 유산기(遊山記)가 많다. 모두 100여 편이 넘는다. 지금처럼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고 변변한 등산화도 없는 처지에서 선현들이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던 것은 그 정상에 올라 공자가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가 작게 보인다(登泰山而小天下)'고 한 기상을 느껴보고, 나아가 일출 광경을 보고서 호연지기를 기르고자 함이었다.
책을 읽고, 요즘 가을 하늘이 참 맑고 산천은 서서히 가을 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어 선현들처럼 지리산으로 떠나기로 한다. 지리산은 산악회를 통해 자주 가보기는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단풍 산행을 지리산으로 떠난 적이 없어 생각하며 걷기 위해 배낭을 싸서 홀로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설때 부터 환절기인지 몸이 으스스 추웠다. 아내랑 같이 가면 좋은데 아내는 무릎이 좋치 않아 지리산 천왕봉을 오를 수 없다. 광주버스터미널에서 진주 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진주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지리산 천왕봉의 초입지인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 도착했다. 차창밖 시골 마을엔 빨간 감이 익어가고 있다.
중산리주차장에서 약 1km를 걸어 예약한 민박집으로 가는데, 등에서 식은 땀이 난다. 몸이 이렇게 안 좋은지 이제 사 안 것이다. 민박집 키를 받고, 배낭을 놓고 가벼운 저녁식사를 하고 들어왔는데, 내일 산 탈 걱정이 태산이다. 아내한테 전화를 했더니, 타이레놀을 먹고 푹 자고 나서, 산행하다 힘들면 그냥 집에 돌아오라고 한다. 진통제 두 알을 먹고 저녁 8시부터 잠을 청한다. 초저녁부터 잔 잠이라 두 번이나 깬다. 내일 등산을 하려면 잠을 푹 자서 컨디션을 회복해야 하겠기에 핸드폰이나 시계를 보지 않고 억지로 잠을 자서 10월 27일, 새벽 3시에 일어난다. 씻고 새벽 3시반에 산행을 출발한다. 헤드랜턴을 켜고 중산리 야영장, 칼바위, 망바위, 법계사를 거쳐 산을 오르는데, 어제 잠을 7시간이나 자서 컨디션은 좋아졌으나 진한 콧물이 나온다.
개선문을 지나는데 빨갛게 동이 튼다. 일출시간에 맞추기 위해 가파른 깔딱고개를 부지런히 올라 천왕봉에 도착했더니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천왕봉 정상에는 일출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천왕봉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카메라로 일출사진을 찍으면서 비록 감기 몸살 기운이 있었지만 그 동안 꾸준히 등산을 한 결과 아름다운 일출을 보지 않았나 하는 자부심도 일었다. 그 동안 천왕봉은 좀 올라 봤지만, 천왕봉 정상석 사진이 변변한 게 없었다. 천왕봉은 정상석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마침 올해만 천왕봉을 10회 넘게 올랐다는 하동군 북천면장을 만나 미리 인터넷에서 찾은 '잘 찍은 정상석 사진 출력물'을 보여주니, 좋은 사진 구도를 잡을 수 있는 지점을 가르쳐 준다. 면장님의 도움으로 천왕봉 인증샷을 하고 장터목에서 아침 도시락을 먹고 무사히 하산하였다. 다음날 출근하여 하동군 북천면장님이 보내준 사진을 보니,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멋진 구도의 천왕봉 사진이 나왔다. 아무리 아름다운 산도 사람과 우정 속에 즐거움이 배가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천왕봉 정상석
일출
빨갛게 일출로 물든 천왕봉. 옛선현들은 일월대라 불렀다.
천왕봉 오른편으로 노고단,반야봉,만복대가 보기 좋고(왼편부터)
사람과산에 연재하며,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일명 땅통종주 중인 카프리 나종대님.
지리산 인문학으로 유람하다 책을 읽고 산행 준비
만추의 세석대피소
카프리님이 열심히 사진 찍는 모습이 보기 좋아 하동군 북천면장님이 사진 찍어 카톡으로 보내 주심. 감사합니다.
<하늘에서 본 지리산. 바로 앞 오른쪽 봉우리가 반야봉. 가운데 중간의 하얀 봉우리가 명선봉이다. 멀리 새하얀 곳은 세석대피소. 위가 촛대봉이고, 그 왼쪽에 천왕봉이 보인다. 멀리 오른쪽으로 뻗은 능선은 쌍계사와 청학동 마을로 이어진 남부능선이다.
지리산 중산리의 가을 단풍(하동 북천면장님 촬영)
카프리 나종대님
중산리 성삼재 구간을 당일 종주한 산행계획서..민박은 중산리. 새벽 3시30분 출발
이번 산행은 땅통종주 지리산 구간이었다.
통일이 되면 백두산, 함경북도 온성까지 갈 계획.
새벽녁이 칠흙같이 어둡다고 합니다. 희망을 가져 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