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약
산악인이 뽑은 최고의 산악도서가 있다. 정광식이 지은 영광의 북벽이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등산지인 스위스 아이거 북벽(3,970m)을 4박 5일 동안 낙석과 얼음이 떨어지는 1,800m 직벽을 동료 2명과 생사을 넘나들며 오른 등산기이다. 책이 출판된지 30년이 넘었지만 산서부문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저자는 엄홍길휴먼재단 네팔 주재원으로 2018년 3월 15일 대지진 피해를 입은 에베레스트 코르카 지역을 업무차 방문하다가 절벽에서 추락해 숨졌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이 책을 이틀 동안 단숨에 읽고 겸손하고 인간성 넘치는 고인을 그리워한다. 책은 무한한 것 같다.
2. 산서 베스트 1위 정광식의 <영광의 북벽> 개괄식 정리
라이홀드 메스너는 히말라야의 낭가파르밧(8125m) 루팔벽과 남미의 아콩가구아(6959m) 남벽, 그리고 아이거북벽을 꼽았다.
2) 아이거북벽 개요
- 스위스 융프라우(4,158m) 옆에 위치해 했다. 고도는 3,970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직벽 1,800에다 부스러지기 쉬운 석회암, 햇볕이 날때 녹아내린 낙석과 얼음물로 많은 사상자를 낸 코스다.
3) 등정 개요
- 일시 : 1982년 8월 10일부터 8월 14일까지 4박 5일
- 산행코스 : 아이거 북벽 1,800m(직벽)
- 자일파티 : 3명(중앙대 OB 남선우, 한양대 OB 김정원, 한국외대 OB 정광식)
4) 산서베스트 1위 영광의 북벽
- 4판 발행(1989년 초판, 2003, 2011, 2017년 4판)
- 사람과산 1999년 12월호가 '세기말 대특집'으로 마련한 베스트 산악도서 1위
- 한국산서회가 2017년 1월 선정한 한국산서 베스트 30에서 1위를 기록
※ 마운틴 오딧세이 저자 심산님 의견
영광의 북벽의 초판이 나온 것은 1989년이었지만 실제로 그것의 집필이 완료된 것은 1982년 여름이었다. 정광식이 1956년생이니 불과 스물여섯 살 때 해치운 등반이요 집필한 산악문학이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작품을 뛰어넘는 산악문학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옳을까?
그만큼 영광의 북벽이 걸출한 작품이라는 것이 우호적인 해석이요, 그만큼 한국의 산악문학계가 낙후되었고 게으르다는 것이 비판적인 해석이다.
5) 2018년 3월 정광식님 별세(2018.3.20 중앙일보)
- <영광의 북벽> 저자이자 산악인인 정광식씨가 19일 별세했다. 62세
- 엄홍길휴먼재단 네팔 주재원인 고인은 지난 15일 대지진 피해를 입은 코르카 지역을 업무차 방문하다가 절벽에서 추락해 숨졌다. 비보를 접한 엄홍길 대장과 가족들이 네판 현지로 출국했다.
- 한국외대 산악회원으로 활동해온 고인은 1982년 아이거 북벽, 1984년 바룬체히말북서벽, 1991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등반했다.
6) 산서 27호(2017년 12월)
- 정광식 불효자 산꾼의 사모곡(감동의 글을 읽고 두 줄로 요약)
3.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서문(2002) : 산서는 자연에 맞선 인간 드라마다.
1) 답사여행이나 예술품의 감상에서 흔히 거론되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는 산의 세계에서도 에누리 없이 적용된다. 산에만 오르고 산서를 읽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쪽의 산행이다. 산서에만 매달릴 뿐 산 근처에는 얼씬도 않는다면 그것 역시 어설픈 남독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2) 산서가 오직 산만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이다. 산서는 무엇보다도 등반 행위를 주제로 삼고 있는데, 그것은 곧 산과 인간이 빚어내는 격렬한 드라마다. 한국산악계의 원로이며 산악문학의 보급과 창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김영도 선생은 "산서가 산만을 묘사한다면 산서로서 가치가 없다"(하늘과 땅 사이 서문)고 까지 단언한다. 거대한 자연에 맞선 인간의 드라마와 그 희로애락의 파노라마가 산서의 세계 속에 펼쳐져 있다. 그것은 산과의 부딪힘이 빚어낸 책이다. 그리고 산은 그 책 속에 드넓고 높게 펼쳐져 있다.
3) 산서에는 극한 상황에서 마주친 인간의 실존이 있다. 여기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육체의 기록이 있다. 여기 불가능에 도전하고 무상의 가치에 흡족해할 줄 아는 인간 정신의 가장 고매한 성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