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물은 지리산커뮤니티에 게시한 글을 옮겨왔습니다(www/ofof.net)
-산행일 : 2004. 9. 18(토) - 9.19(일) (1박 2일)
-성삼재-천황봉-백무동
- 제목 : 아내와 함께 한 초보 지리산 종주기
-배경음악(신계행, 가을사랑)
(1편 : 첫날 지리산 종주기)
지리산....이란 의미 그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리산 종주란 무엇일까? 그것은....젊음과 사랑....그리고 청춘을 못 잊어하는 중년 사내의 아집이 아닐까?
더불어 산을 그리워하고 포근해 하며 거기서 희망을 찾으려는 몸부림은 아닐까하는 번뇌 속에...... 애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 아내와 나는 광주에서 구례 행 첫 버스를 탔다.
우리 애들은 지금 고1(딸), 고2(아들)에 재학 중이다. 따라서 10월 중간고사 시험 철을 피해 지리산 종주를 택했다.
초보인지라.... 배낭카바가 달린 배낭 2개(35리터, 32리터)와 고어텍스 신발 두 컬레를 준비하고.... 가스 버너, 코펠, 후레쉬 등을 준비하는데 거금을 들였다.(유명메이커로...)
토요일 새벽 5시에 기상하여 꾸려진 배낭을 메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캄캄한 길을 나섰다.
광주 시외버스터미날에서 구례행 첫차(06:15)를 타서 7:35분에 구례 터미날에 도착했다.
구례터미날에서 성산재발 시외버스는 8:20분에 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바라다보며 터미널 내 상가에서 소형(200미리) 소주 두병을 샀다.
성삼재까지는 40여분이 소요되었다. 9시에 성삼재에 내리니 비가 폭포수 같이 내린다.
천원짜리 일회용 비옷을 입고.... 드디어 노고단을 향해 출발..... “비온 날 왠 청승이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나마 오동통통한 아내가 옆에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9시 40분 노고단 산장에 도착하여.... 식수를 담고.....줄기찬 비를 피해 10여분을 허비하다 산장에서 파는 노란 우비(6천원)로 교체 후 드디어 출발을 했다.
노고단, 돼지령을 지나 임걸령에 도착했다.
거기는 70년대말, 80년대초 피가 들끓은 청춘시절.... 화엄사를 출발 노고단, 임걸령을 거쳐 피아골로 등산했던 아련한 추억이 있다.
아내에게 그 시절 산행 이야기를 하고 애들 이야기를 하며 터벅터벅 길을 걷는다.
그러나 워낙 억센 비가 내리는 지라.... 빗물이 아랫도리 바지로 파고 들어 고아텍스 신발도 물로 흥건하다.
고아텍스 신발도 어쩌지 못한가 보다......
삼도봉을 지나 억수같이 내리는 비속에서 나뭇잎이 무성한 아래 바위에 걸터 앉아 비를 피하며..... 집에서 준비해온 김밥을 먹는데....
처량하기 보다는 배고픔 때문에 김밥이 꿀 맛 같다... 불현듯 옛 어른의 말씀이 스쳐간다. “시장이 반찬이다” 이라는........
억수 같은 빗길을 뚫고 전진하는데 우리와 같은 우중 등산객을 종종 만난다.
아내 하는 말....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 걸 보니” “하나도 이상하지 않네....” 하고 해맑게 웃는다....
오후 2시가 지나다 보니 비가 슬슬 멎고 하늘도 밝아져 온다.
비탈을 지나니 갑자기 산장 하나가 나타난다. 이름하여 연하천 산장이란다. 시간은 오후 3시를 가르키고 있다.
비에 젖여 추운 기운을 돌리느라 커피(2천냥) 두잔을 주문했다. 모락모락....뜨끈뜨끈 ....맛이 있다......
집사람이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한다. 화장실을 들어가자 마자 나오고 만다..... 볼일도 안 보고 그냥 가자고 한다 (이유는 상상에 맡긴다)
지리산관리공단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산장이라 관리가 좀 그런가 보다.
다시 벽소령을 향해 출발.... 비가 그치니....하늘도 파랗다.... 이 상쾌한 하늘....그리고 시원한 소슬바람.... 이게 산자의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벽소령 가는 길에 맑게 게인 하늘과 굽이 굽이 전망이 펼쳐져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찾고 보니 이런....건전지가 다 떨어졌네.....(아쉽다)
비탈을 돌자 갑자기 산장하나가 나타난다. 벽소령 산장이다. 시간은 4시 50분이다. 아내 왈 “벌써 다왔어” 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뛴 여성이라 다르긴 다른가 보다.
도착해서 아래쪽 개울물에 가서 땀을 씯고 저녁을 짓고...그리고 식사시간... 아내와 소주(200미리) 두병을 꺼내 짱하고 부딪치고....그대로 병 채 마신다. (병 채 건배라....우습다)
나는 술기운이 별로 없는데... 아내는 술이 취하는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몽롱하다..... ㅎㅎㅎ (남정네의 상상인지 모르지만)
벽소령의 저녁.....그것은.... 기대와 불편함....그리고....상념이 가득한 밤이었다. 초저녁 선잠을 들다 깨어나 초롱초롱한 정신으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나만의 고뇌.... 나의 주변 친구와....직장동료들.... 그리고 인간관계 등등....깊은 번뇌가 세워지고....부서지고....하다가.... 동이 트고 말았다.
그래 이밤이....불멸의 밤이었지........ 그러나..... 지리산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고......... “우리를 반겨주고 지켜준다는 사실만은 진리일거야“ 하라는 명제로 고뇌를 정리하기로 하였다.
(다음 2일째 산행은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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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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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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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지리산종주기(2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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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한 지리산 종주기(2편)
(2일째 : 벽소령-세석사장-장터목-천황봉-백무동)
-산행일 : 9. 18(토) - 9.19(일) (1박 2일)
-배경음악(아름다운강산/신중현)
첫째날 성삼재에서 벽소령까지 아내와 함께 한 산행은 우중 산행이었지만, 둘째날은 시리도록 맑은 가을날이다.
아침 기운이 차갑다. 6시에 일어나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지어 먹고 나니 7시반이나 되었고, 해는 중천에 떠있다.
서울에서 온 분들은 대체적으로 새벽녁에 출발을 했지만 우리는 광주에서 왔기 때문에 뜨근한 아침을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벽소령에서 세석산장으로 가는 길에.... 선비샘이라는 곳이 있다.
어느 중년 부부가 거기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취사금지”라는 팻말이 있는데도... 후손만대 아름답게 지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규칙을 잘 따라야 하는데....
벽소령에서 세석으로 가는 봉우리에서 바라다보는 지리산....굽이 굽이 푸르고.....평화롭고...아름답다..... 천황봉으로 가는 길은 점차 산세가 높아가기 때문에 산이 더 아름다운게 아닐까????? 군데 군데 고사목도 처연함과 숙연함을 더해 주고.....
드디어 세석평원이 바라다보이는 봉우리에 도착....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간식을 먹으면서....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설악산도 아름답지만.......... 지리산은 너무 포근하고 광활한 것 같아“ 하는 애기를....
그리고... 이런 애기도 했다. 우리가 정신 없이 걷고 있는 이 길은.... “지리산의 1%로도 아닐꺼야” 하는 애기를.......
또 아내는 이런 애기도 했다. “아무리 전문 등산가라도 혼자서 지리산을 오면 너무 위험하다고“ 하는 애기를....
“맞다, 맞아” “지리산은 광활하고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2명 이상이 무리를 지어 다녀야 될거야“ 하고 맞장구를 쳐 주었다.
드디어.... 세석산장에 도착.... 눈앞에 펼쳐진 철축, 주목....의 군락들.... 분위기 있고, 아름답다. (갑자기 시인이 된 기분이...)
여기부터 천황봉까지는 1,600미터 이상 아고산 지대란다. 항상 안개가 끼고.....기후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키 작은 철쭉, 주목나무 등이 자생한다고 한다.
더불어.....세석산장은 지리산 산장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시적인 풍광이 베어나는 산장 같다.
아내도 이런 애기를 한다. “당신이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왔는데......” “세석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니....내년 봄 철쭉제 때 다시 오고 싶다고“ 하며 방긋 웃는다.
맞아....맞아....그래..... 산을 오른다는 것이 건강에도 좋지만 “자연에 동화하여.........희노애락을 잊고..... 그냥 순수함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무언가가 사람을 산으로 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석산장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마시고..... 장터목으로 가다 촛대봉에 올랐다.
하늘이 청명하다. 지척으로 천황봉이, 멀리 북쪽으로는 덕유산, 남쪽으로는 남강, 서쪽으로는 반야봉이 보인다..... 굽이 굽이 푸르름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드디어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다. 거기서 아는 분이 밝게 인사한다. 아내도 밝게 인사한다.
종주 첫날.....버스에서부터 만나.... 연하천 산장, 벽소령 산장....에서 만났던 분...... 여천에서 혼자 온 귀티 난 중년분이다.
여섯시에 벽소령을 출발, 천황봉을 벌써 다녀왔다고 한다. 지금 내려간다면.....백무동에서 동동주 한잔 같이 하고 싶다고 한다. 혼자만 먼저 내려가서 서운해 하신다....
산이라는 것.....그것은 .....그냥 사람을 부담 없이 다가오게 하는 것 같다. 동동주를 좋아하는 아내와 나.....마냥 군침만 돈다.
아침에 지은 밥이 있어 라면을 하나만 사려 했더니....아내.....왈... “무슨 소리! 두 개를 사라고 한다”.(배고팠나봐...) 얼른 신라면 두 개를 사서 끓이고 있는데....
그 분이 열무김치가 시원하다고 주신다. 그 분은 백무동으로 하산하고....우리는 천황봉으로 출발....
상당이 힘이 든다. 그러나 아내는 땀도 거의 흘리지 않는다. 흥건히 땀을 흘리며 고생하는 나를 보고....하는 말....
“다음 종주는 고려해봐야 겠다고” 한다. 아이고! 쪽팔려......
한달 후 춘천마라톤(10월 24일)에서 처음으로 아내와 같이 나도 풀코스(42키로)를 도전할려고 하는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천황봉에 오르니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중산리 방향에서 당일치기로 오른 등산객이 많다.
백무동으로 내려오는데..... 하산길이 상당히 길고....힘이 든다. 무사히 백무동에 도착하여......
남원을 거쳐 광주에 도착하여.....우리집 뒤 식당에서 우리 애들을 불러 아내는 시원한 맥주 한 병, 나는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종주를 마무리하였다.
여러분! 여기서.... 지리산 종주를 계획한 분들을 위해 당부 내지 소감 세가지 만 할까 합니다. (무례라도 넓은 가슴으로 이해해 주시길...)
첫째, 지리산은 너무 크고 광활하기 때문에 항상 조난의 위험이 커서 되도록 2명 이상이 동행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아무리 등산전문가라도)
둘째, 신발은 돈이 들더라도 최고급 등산화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으며, 1,400고지 이상인 종주코스 특성상 돌출되는 기상변화에 대비 보온 옷을 충분히 가져가고, 배낭카바, 우의도 필히 준비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리산에 대한 소감입니다. 종주를 해보니 지리산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 광활함, 아늑함, 풋풋함....등이 너무 좋습니다.
산을 좋아하시는 여러분! 제 글이 너무 길고 지루했죠????? 초보가 혹여 너무 당돌한 글로 심려를 끼쳤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 환절기네요..... 항상 이불을 덥고 주무셔서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하고 올 가을에 하시고자 하는 일마다 신의 가호와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초보 산악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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