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람과 산 2019년 6월호부터 카프리의 땅통종주가 매월 연재됩니다. 기간은 약 2년입니다.
책자는 5월말부터 서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산행 후기
[일자/거리/시간/코스 : ‘19.4.15/16.1km/12시간48분/저담정농장-닭골재-두륜봉-오소재]
어제 어두워져 돼지를 키우는 저담정농장(해남군 현산면 월송리)으로 탈출했던 마을 전경
도솔봉가는 기차바위 암릉에서 바라본 완도 전경
도솔봉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카프리 리본
바위 사이로 완도가 보이고
○ 저담정 농장에서 산행을 잇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여장을 꾸린다. 날씨가 쾌청하다. 간밤에 탈출한 저담정 농장으로 돌아간다.
저담정 농장에서 이진재로 오른다. 닭골재를 거쳐 도솔봉으로 진행하는데 기차 화물칸 15량을 단 길이만 한 암릉이 기다리고 있다. 힘겹게 암릉을 타고 큰봉우리(410m봉)에 올라 점심을 먹고, 두 번째로 나타 난 기차 바위 암릉에서 쉬고 있는데, 거무스레한 물체가 히끗 움직이는게 암릉 사이로 보인다. 혹시 멧돼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노래 한 곡 부르고 스틱으로 돌을 탁탁 치며 진행한다. 지금까지 백두대간과 정맥을 타 봤지만, 땅끝에서 오소재 구간처럼 힘든 산길은 처음이다. 대신 조망이 좋다. 완도대교 쪽을 바라보니 산, 바다, 들판, 농가와 어울려 남도 풍경이 한 폭 수채화다.
풍경만 발길을 잡는 게 아니다. 암릉 지대를 벗어나 도솔봉을 오르는데 이번에는 나뭇가지와 가시덩굴이 배낭을 잡아당기고 모자를 벗긴다. 오늘 산행에는 벗이 있어 외롭지 않다. EBS 라디오 고전 다시 듣기다. 어린왕자를 검색해 듣다보니 살포시 미소가 나온다. 말 그대로 진한 휴머니즘의 성인 동화다. 도솔봉 정상에 어렵사리 도착하니, 두륜산 8봉이 한 눈에 든다.
두륜산 기암
구름다리
두륜봉에서 바라 본 가련봉, 노승봉, 고계봉
노승봉 일몰
○ 두륜산 8봉
두륜산은 최고봉인 가련봉(703m)을 비롯해서 두륜봉(630m), 고계봉(638m), 노승봉(능허대 685m), 도솔봉(672m), 혈망봉(379m), 향로봉(469m), 연화봉(613m)봉우리가 서로 겯고 서서 능선을 이룬다. 이 여덟 봉우리는 둥근 원형으로, 마치 거인이 남해를 향해 오른손을 모아 든 듯한 형상이다.
오늘은 갈 길이 짧아 일찍 하산해서 광주에서 저녁을 하려고 했는데, 이미 틀린 듯하다. 두륜봉, 가련봉은 봉우리가 만만치 않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노승봉에 닿았을 때는 서쪽하늘에 일몰이 빨갛게 피고 있다. 노승봉에서 두륜산을 향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내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은 거리가 짧아 광주에서 식사할 것이라고 어제 밤 통화했는데, 하산했다는 전화가 없어 걱정되어 전화를 한 것이다. 오늘 길이 험해 이제 마지막 봉우리라고 했더니, 빨리 하산해야 하니 전화를 끊겠지만, 어두워질 것 같은데, 내려 올 때 서두르지 말고 조심히 내려오라고 신신 당부한다. 따스한 아내의 마음에 코가 찡해진다. 두륜산이 도립공원인데 주중이라서 그런지 종일 등산객 하나 만나지 못했다. 오심재로 하산길을 잡으려고 하나 길을 찾기 힘들다. 몇 년 전 산행 기억을 더듬어 너덜강을 타고 내린다. 하산 속도는 많이 떨어져 또다시 휴대폰 손전등을 켰다.
어두워져 노승봉에서 오소재로 내려가는 너덜경
○ 택시기사의 질책
밤길에 멧돼지를 만날까 조마조마하다. 아침에 탔던 택시기사를 불렀다. 8시경에 오소재로 하산해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오래 기다렸다며 걱정 반 타박 반이다. 내 몰골을 보고는 급기야 핀잔을 준다.
“이게 등산이요, 노동이제.”
맞는 말씀이다.
해남터미널에서 광주로 버스를 타고 오면서 택시기사분의 말씀이 자꾸 되새겨진다. 뭔가 나는 긴장하여 산행을 한 듯하고, 벌써 산행의 즐거움을 놓친 듯하다. 다음부터는 동무들을 만날 수 있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산행 일정을 잡아야겠다.
피곤한 가운데도 이틀 동안 걸은 땅끝기맥 길이 눈에 삼삼하다.
[산행 참고 자료]
카프리가 걸은 오룩스 지도
산행 통계
산행 고도표
산행지도
산경표
2019-04-15 0703땅끝2 닭골재 오소재__20190415_0703.g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