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승전결.

카프리2 2020. 4. 20. 10:24

起承轉結

 

한시(漢詩)를 지을 때 자주 사용되는 내용 구성 방법의 일종이다. 특히 절구체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시상을 불러일으키는 기구(起句),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승구(承句), 급작스럽게 시상을 전환하는 전구(轉句), 기승구와 전구의 서로 다른 시상을 연결시키면서 더욱 강한 효과를 일으키며 여운을 남기는 결구(結句)로 끝맺는 방식을 사용한다. 지금에 와서는 영화나 TV드라마에 쓰이는 기승전결을 사용한다.

 

기(起)는 시작하는 부분 

 

한자로는 ‘일어날 기’로 시상을 일으키고 문제를 제기한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새로운 초목표가 일어나며, 새로움이 넘치고 생기가 발랄해야 한다. 주로 주인공은 어떤 '일'을 통해 욕망이나 욕심이 깨어나 '초목표'를 결심하게 된다. 초목표란 주인공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의미한다.

 

승(承)은 전개하는 부문 

 

한자로는 ‘받들 승’으로 기를 이어받아 이야기를 진행한다. 행동의 시작이다. 기에서 나타난 초목표를 받들어, 주인공은 승에서 행동을 구체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즉 주인공의 행동을 위주로만 이야기가 발현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짧아 주로 동화나 단편적인 스토리텔링에서 많이 쓰인다. 대신 그만큼 주인공의 행보만을 단편적으로 그리기 때문에, 주인공의 내면과 그의 행태를 좀 더 자세하게 탐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轉)은 전환하는 부분

 

한자로는 ‘변할 전’으로 장면과 시상을 새롭게 전환시키고, 결정적으로 방향을 한 번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반전 혹은 도약이 핵심 포인트로서 승을 뒤집는다. 이제까지 '승'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초목표(욕심이나 욕망)를 위해 일방적으로 행동을 해왔다. 그러나 전에서는 주인공이 초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그리지 않고 초목표 달성을 실패한 모습을 그린다. 이야기가 반전된 것이다. 주인공이 욕심을 위해 행동하니 불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기승전결은 주로 교훈을 주기 위한 서사구조라고도 한다. 

 

결(結)은 끝맺는 부분

 

한자로는 ‘맺을 결’로 전체를 묶어 여운과 여정이 깃들도록 거두어 끝맺는다. 기승전에서 주인공은 욕심만을 추구해서 결국 불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에서는 앞으로 주인공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분명하게 그 결정을 제시하는 단계다. 즉 독자에게는 구체적인 교훈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렇듯 기승전결이란 주인공이 적(대립자)을 물리쳐서 영웅(갈등의 해소)이 되는 5단 구조와 다르게, 교훈과 깨달음을 주기 위한 구조다. 그러니 시나리오(영화나 드라마의)를 집필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승전결에 의한 작법 체계를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5막구조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작법 체계이기에 영화와 TV드라마 작가를 지향한다면 반드시 익힐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