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백두대간2차(홀로.북진)

17. 백두대간 북진 17구간(늘재-대야산-버리미기재) 산행후기

카프리2 2015. 8. 9. 13:10

 

아침에 신발을 신고 출근해서 하릴 없이 하루가 갔습니다.

그리고 퇴근해서 이렇게 대간 산행기를 씁니다.

오늘 상당히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 내린 비로, 이제 무더위는 점점 물러나고 소슬바람이 부는 가을이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참, 세월이 빠릅니다.

 

 < 백두대간 북진 17구간(늘재-대야산-버리미기재) >

 

1. 일시 : 2015. 8. 8(토) 06:09 - 19:18 (13시간 09분)

  - 날씨 : 폭염경보(36도) 및 소나기

2. 산행구간 : 백두대간 17구간(늘재-대야산-버리미기재)

  - 늘재-청화산-갓바위재-조항산-고모치-할미통시바위갈림길-밀재-대야산-촛대봉-곰넘이봉-버리미기재

 

3. 산행거리 : 16.1km(트랭글 gps)

 

4. 누구랑 : 카프리 홀로

  - 05:20-06:00 세면 및 산행준비

  - 05:56-06:09 이동(화북면소재지 조흥상회 민박-늘재/승용차)

  - 06:09 늘재 산행시작

  - 08::02 청화산

  - 11:25 갓바위재

  - 12:18 조항산

  - 13:24 고모치

  - 14:50 밀재

  - 15:19-16:11 소나기(바위밑에 피신/천둥벼락)

  - 16:18 대야산

  - 17:31 촛대봉

  - 118:37 곰넘이봉

  - 19:18 버리미기재

  - 19:18-20:30 버리미기재에서 거창택시 기다림

  - 20:30-21:11 이동(버리미기재-증평터미널/택시)  - 21:15-21:50 이동(증평터미널-청주시외버스터미널/시외버스)

  - 21:50-22:10 세면 및 고속버스승차준비

  - 22:10-24:20 이동(청주고속터미널-광주터미널/우등버스)

  - 24:20-24:35 이동(광주터미널-자택/택시)

  - 24:35-01:00 저녁식사

 

 

<산행후기>

 

(들어가는 말)

매일 우리가 똑 같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이번 후기에는 후기가 식상할까봐 폼도 좀 바꾸어 봅니다..

우공이산 이라는 말이 있다. 어리석은 노인네가 산을 넘어 다니다 불편하니 산을 옮겨 보기로 계획을 세운다.

망태기로 흙을 담아 가족들이 수백리 길을 옮긴다. 세상 사람들은 비웃는다. 세상 천지에 언제 산을 옮기냐고....

그러나 노인네는 대대손손 흙을 나르다 보면 언젠가는 산도 없어 진다고 고집을 피운다. 이 사실을 山을 관장하는 神이 알았다.

회의 끝에 대대로 흙을 나르면 산도 없어진다고 생각한 신이, 산을 옮겨 길을 터줬다는 애기이다.

5월 셋째주 시작한 대간이 벌써 충청도 괴산까지 올라갔다.

밥도 나온 대간이 아닌데, 어쩔 땐 회의가 들기도 한다. 왜 대간을 시도하는지도 잘 모른다. 꼭 어리석은 노인네 같다.

그러나 계획대로 하고는 있다. 무언가를 하다 잘못 된 것을 고치는 것은 좋치만, 멈추는 것은 아니함만 못할 때가 많다.

소득이라면 지금까지 지리산에서 괴산까지 걸은 산 이름을 세어 보라면 80% 이상은 셀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으로 됐다. 이것으로 만족하자. 돌아가신 어머님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적극 반대할 일을 종대는 하고 있다.

 

(오늘 하루 요약)

이번 구간은 대간 코스 중 산행 난이도가 가장 높은 구간이다.

거리는 16km에 불과하지만, 난이도가 높다. 특히 대야산의 북벽 직벽구간은 악명으로 유명하다.

초반 늘재에서 청화산도 힘들지만, 조항산과 대야산을 오르는 구간도 암릉이 많다.

대야산을 넘으면 쉬울 걸로 예상했는데, 촛대봉과 721봉, 곰넘이봉 오르막도 만만치 않았다.

 

날씨는 흐렸지만 걷는 구간마다 환상의 조망이 발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미리 산행공부를 하지 않고 간 관계로 수시로 지도와 산경표를 보면서 진행하다 보니 속도가 늦어졌다.

 

그러나 대야산 다 올라가서 갑자기 천둥 번개와 함께 강한 소나기가 내렸다.

거의 50분 동안 큰 바위 밑에서 소나기를 피했다. 비 올때 산행을 강행하지 않은 이유는 대야산 직벽 구간을 밧줄로

내려가는 것이 아무래도 위험했기 때문이다.

또 괴산택시 콜에 이상이 생겨, 하산해서 1시간 10분이나 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배는 고프고, 칠흙 같이 어두운 밤, 자켓을 입었지만 추위에 떨고 있는 내가 불쌍했다.

한바트면 청주에서 광주발 심야우등버스를 못 탈 뻔 했다.

 

(들머리 까지)

아침 5시 20분에 기상했다. 아침을 빵으로 떼우고 얼린 물 3통을 민박집 어르신한테서 찾았다. 어제 예약한 승용차가 왔다. 해물탕집 여주인이 운전한다. 6시에 출발..화북면 소재지에서 늘재까지 약 4km 정도 되는 것 같다. 요금은 어제 5천원으로 하기로 했는데 도착해서 1만원을 드렸다. 잔돈은 됐습니다 했더니 고맙고요..대간길 잘 다녀오세요 한다.

 

(늘재에서 청화산 조항산까지)

늘재에 도착해서 표지석 사진을 찍고 배낭을 메는데 묵직하다. 최소 12kg 이상 인 것 같다. 청화산을 오른다. 배낭 무게 때문에 힘들다. 안되겠어 복숭아와 콜라를 꺼내 먹는다. 물도 많이 마신다. 배낭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물을 3.5리터 가져 오고 콜라 캔까지 가져왔다. 청화산 중턱의 정국기원단에서 속리산 암봉 사진을 찍고 감상한다. 그런데 정국기원단(靖國祈願壇)무엇일까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라가 편안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이다. 또 일본어로 야스쿠니(靖國)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어렵게 청화산을 올랐다. 청화산은 소나무와 산죽이 많아 늘 푸르다고 해서 이름지어 졌다고 한다. 조항산을 오른다. 바위산 일 수록 조망이 좋다. 그러나 바위 산 일 수록 나무 잎은 무성하지 않다. 세상 사 절대로 좋은 것 만은 없다. 인간사와 비슷하다.

오르다 뒤 돌아보니 속리산이 병풍처럼 다 보인다. 또 앞을 보니 대야산부터 희양산까지 다 보이고 멀리 조령산도 보인다. 좌우로는 백악산과 우복동천의 시루봉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조망처 같다.

한참 지도를 펴 놓고 감상한다. 이러니 산행시간이 택도 없이 많이 걸리는 거다. 어제는 대간 길이 누적된 피로로 힘들었는데 조항산에 산 너울을 보니 피로가 다 풀렸다. 카프리 산에 xx가고 있다.

 

(조항산에서 대야산까지)

 조항산 지나 춘천닭갈비 아주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다. 물김치를 비닐에 정성스레 싸 주셨다. (잘 먹었습니다). (도시락 값으로 1천원 받고 싸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 드리고요. 사업 번창하세요!).

밥을 먹고 출발하는데 두런 두런 사람 소리가 들린다. 반갑다. 되돌아 보니 대전광역시 산악회에서 오신 분이다. 젊은 남자분 한 분과 여성분 한 분이시다. 산악회에서 선두에서 길을 개척하시는 분 같다. 내가 홀 대간을 한다고 하니 수고하신다면서, 여성분도 대간 남진을 옛날 했었고, 다시 북진중에 있다고 한다. 현재 덕유산까지 왔다고 한다. 산을 잘 타시는 분들이라 나를 금방 추월해 간다.

 

고모치에 도착했다. 고모샘이 있다. 내려가 보니 물이 그렇게 많치는 않아도 물이 떨어진 등산객에는 큰 도움이 될 샘이다. 아름다운 할미통시바위 갈림길을 지났다. 통시는 화장실을 뜻하는 영남지방 사투리라고 한다. 옆에 손녀 통시바위도 있다. 대간길은 통시바위에서 좌측으로 휘어 간다. 대야산 입구 밀재에 도착하니 산악회에서 오신 등산객이 많다. 대야산이 100대 명산이고, 밀재를 경계로 양 옆에 용추계곡과 선유동 계곡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밀재에도 대야산이 출입금지구역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그런데 대야산 오름길에 나무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얼마전 라디오에서 올 가을쯤 대야산을 오를 수 있도록 통제구간을 해제한다는 애기를 들었다. 참, 속리산은 통제구간도 많다. 아름다운 산하를 통제만 한다고 상책인가? 왜 유독 속리산만 통제기관이 많은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대야산을 오른다. 상당히 오름이 빡세다. 밀재부터 천둥, 번개가 친다. 오르다 보니 여러 아름다운 바위가 많다. 산 공부를 하지 않고 산을 타니 통 눈에 바위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외에는..

 

(소나기를 만나다)

천둥 번개가 치니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가 생각난다. 소나기와 비슷한 스토리의 영화도 있다. 손예진, 조승우 주연의 클래식이다.  

약 12년 전에 우리 딸네미가 중학생 이었는데 친구와 그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엄청 울었단다. 나도 진급하여 경주의 발전소 사택에서 혼자 살던 시절이 있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비디오 가계에서 클래식 비디오를 빌려다 여러 번 보았다. 혼자 맥주 한 잔 하며 영화에 심취해 눈가에 이슬도 맺히고, 20대로 돌아가 로맨틱한 감정에 젖은 추억이 있다.

계속 천둥번개가 친다. 제발 대야산 정상 오를때까지만 참아 달라고 기원한다.

그러나 소나기는 정상 200여 미터를 앞두고 심하게 퍼풋기 시작한다. 천둥 번개가 무섭다. 이러다 혼자 객지에서 벼락 맞는 거 아니여...이런 무섬증이 든다.

 

급이 주위를 되돌아 보니 내 몸과 배낭 하나 정도 겨우 피할 바위가 있다. 대야산 북벽을 잘 모른다면 그 까짓 소나기쯤 맞고 진행할 것인디..2014년 1월 대간 남진 때 그 길을 넘어 봐서 두려움을 안다. 피하는 동안 배낭카바도 쒸운다. 스틱도 접어 배낭에 넣는다. 밧줄을 탈 때는 스틱이 짐이 된다. 또 여름 고어텍스 자켓도 입는다. 앉아 있으니 이 판국에 스르르 잠이 올려고 한다. 

난국 타개를 위해 아내한테 전화를 할까 생각하다 그냥 접는다. 괜히 전화했다 걱정만 끼칠까 두렵다. 그래서 생각한 사람이 건하(박상두) 형님이다. 2012년도 내가 나사모산우회 총무팀장을 할 때 건하 형님이 회장을 했다. 전화를 했더니 반갑게 받는다. 형님, "저 대야산 정상에 왔는데, 소나기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네요. 비왔는디 직벽 내려가도 위험하지 않겠어요" 했다.

형님, 왈, "소나기는 피하라고 있는 것잉께, 피하고, 직벽은 밧줄 잡고 넘으면 될 것 아닌가" 하신다. 듣고 보니 나에게 딱 위로되는 애기다. 형님, 혹시 점(占) 배운 것 아니여요, 심리학과 전공한 것도 아니신데...

 

(대야산 직벽 구간을 넘다)

50분 지나 소나기가 그쳤다. 그치고 보니 저 산 멀리 스멀스멀 안개가 피어 오른다.. 대야산 정상에 오르니 남자분 한 명이 있다. 셀카봉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제가 찍어 드릴까요? 했더니 이미 찍었단다. 나도 인증샷을 찍었다. 그리고 하산할려고 하는데 북벽 직벽이 어디인 줄 잘 모르겠다. 겨우 북벽 입구를 찾았다. 위험하니 돌아가라는 경고판이 많이 붙어 있다.. 길도 여러 갈래다. 우선 사람이 가장 많이 왕래한 코스를 택한다. 다행히 밧줄이 굵다. 밧줄에 매듭도 달렸다. 안심이 된다.

그래도 조심해야 된다...(카프리..비명횡사 하면 안 되니.....) 북벽을 내려가는데 계속해서 밧줄이다. 밧줄을 여섯개 정도 내려갔다. 그래도 내려오고 보니 뿌듯하다. 카프리 한 건 했다.. 내려서 밧줄을 봤더니 3개의 코스가 있다. 백두대간 남진 때는 오르는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올랐다. 그때는 밧줄이 세끼 밧줄이었었다. 왼편 코스도 밧줄 굵기가 얇다. 다음에 대야산을 오르거나 내리는 분은 좀 기다리더라도 가운데 굵고 매듭이 잘 된 밧줄을 이용하길 추천한다.

 

(촛대봉과 곰넘이봉을 넘어 버리미기재로)

사람의 기억이란 참, 이상하다. 불과 1년 6개월 전에  이 코스를 넘었는데..기억이 가물 가물하다. 지도를 보니 약 4km 정도가 남은 것 같다. 봉우리는 한 두개 있겠지만 별거 있겠어 생각했다. 그런데 바위가 많이 험하다. 백두대간 바위에서 골목깡패 정도 할 난이도다. 촛대봉을 올라 표지석을 찍고 가다 보니 또 많이 내려간다. 산 타는 사람은 앞에 높은 봉우리가 있는데 내려가면 많이 불안하다. 드디어 블란치재에 도착했다. 블란치재 이거 무슨 뜻이지? 생각해 본다. 산행기를 안 보고 오니 알 수 있나? 예습 없이 하는 산행은 어두운 밤에 헤드랜턴만 켜고 걷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비유가 맞는 가 모르겄다.

 

비가 내린 후라 바지와 신발이 많이 젖는다. 블란치재에서 계속 봉우리를 오르다, 여기서 버리미기재까지는 약 2km 정도 남았다고 생각하고 114로 괴산 택시 전화 번호를 묻는다. 전화번호가 문자로 온다. 전화번호는 043-833-xxxx이다. 전화했더니 택시기사가 전화를 받는다. 2키로 미터 정도 남은 것 같은데 50분 후에 오라고 했더니, 어디냐고 한다. 블란치재 넘었다고 하니, 블란치재에서 2시간 걸리니 곰넘이봉에서 전화하라고 한다. 핸드폰에 찍힌 시간이 17:58분이다.

곰넘이봉인 줄 알고 올라간 봉우리는 로프가 설치된 무명 바위였다. 다시 미륵바위가 있는 721봉을 지나, 힘겹게 곰넘이봉(733m)에 올랐다. 곰넘이봉은 트랭글이 안 울렸으면 못 알아 보겠다. 바위 위에 감추어져 있다. 여기서 다시 전화를 했다. 핸드폰에 찍힌 시간을 보니 18:32분이다. 곰넘이봉에 왔다고 전화를 했더니 아까 그 택시기사분이 전화를 받는다. 알았다고 한다.

 

마음은 급한데 약 5분 정도 알바를 하고 버리미기재에 도착한다. 도착해 보니 앞에 웬 개울이 흐른다. 뭔 일이여..산자분수령 위반이잖아 하고..다시 되돌아가다 보니 이 길이 대간길이 맞다. 사정인즉, 버리미기재에서 대야산 오르는 길과 장성봉 오르는 길을 철조망으로 다 막아나서 철조망이 끝나는 지점을 대간인이 걷다 보니 물을 건너게 된 것이다. 19:18분에 하산을 완료했다. 택시는 와 있지 않았다.

 

 

(버리미기재에서 컴컴할 때까지 홀로 추위에 떨고)

곧 오겠지 기다렸다. 19:31까지 오지 않자, 괴산택시에 전화했더니 그 기사가 전화를 받는다. 15분전에 도착했는데 왜 택시가 안오냐고 했더니, 다른 기사가 갔을 거라고 한다. 나는 본인이 못 가니 다른 택시기사를 보냈나? 하고 기다린다. 전화를 끊고 자켓을 입고 기다린다. 뭔가 잘 못 된 것 같다. 아내한테 전화가 왔다. 잘 오고 있나고 물어, 소나기를 만나 이제 사 하산했다고 하면서 천상 청주서 밤 10시 10분 심야버스를 타니 새벽 1시는 넘어야 집에 도착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무사히 하산해서 다행이고, 고생했다고 아내가 말한다.

말이라도 고맙다.

 

기다리다 19:37분에 괴산택시에 전화했더니 두번째 기사가 전화를 받는다. 통화했던 기사가 나갔을 것이란 애기만 한다. 괴산택시는 114에 대표전화 하나만 등록해 놓고 여러 기사가 참여해서 영업하고 있는 것 같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손님을 픽업하러 체제인 것이다. 7:45, 7:51분에 전화해도 두번째 기사는 기다리라는 말만 한다. 이거 너무 춥다. 여름 잠바를 하나 더 껴 입는다. 이거 뭐가 잘못되기는 잘못 됐다.

7:54분에 또 전화를 했더니 세번째 기사가 전화를 받는다. 자초지종을 애기했더니 내가 첫 전화를 했을 때 옆에서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그럼, 첫번째 택시기사가 버리미기재로 나를 픽업하러 갔는지 파악해서 전화 좀 달라고 했다.

 

 

(증평까지 택시 요금은 5만 5천원)

그러면서 세번째 택시기사에게 22:10에 청주에서 광주가는 심야버스가 있는데 여기서 청주까지 택시로 갈 수 있냐고도 물었다. 확인해 보고 전화주겠다고 한다. 7:58분에 전화가 왔다. 첫번째 택시기사는 청주에 나갔다고 한다. 열불이 난다. 그래도 화내서 해결할 일이 아니어 참고서..세번째 택시기사에게 버리미기재로 오시라고 했더니, 지금 괴산-청주 막차를 타서는 청주에서 고속버스를 탈 수 없으니 증평으로 가자고 한다.

8시 30분경에 택시가 왔다. 증평까지 고속으로 달려 9:15분경에 증평에 도착했다. 택시 요금은 5만 5천원이다. 표를 끊고 나오니 음성에서 증평을 거쳐 청주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를 탄 후, 광주가는 고속버스 승차권을 스마트폰으로 예약했다.

09:53분에 청주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몸에서 땀 냄새가 진동한다. 얼른 화장실 가서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닦고, 윗도리 남방을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갈아 입었다. 소변도 봤다. 22:03분이 되었다.

 

터미널에서 광주 출발 버스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니 광주가는 고속버스 터미널은 여기서 약 5분 이상 걸어 가야 된다고 한다. 큰 일 났다. 오늘 잘 못하면 광주에 못 가게 생겼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배낭을 메고 대로를 무단 횡단했다. 그리고 뛰었다. 도착하니 22:10분이다. 광주 출발 장소로 갔더니 버스가 문을 닫고 출발하려 한다.

 

(겨우 버스를 타고 광주에 도착했다. 이렇게 하루를 마쳤다)

28인승 우등버스에 10여명이 타고 있다. 승객들과 떨어진 외딴 좌석에 앉았지만 땀 냄새가 나나 보다. 50대 여인이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자리를 옮긴다. 배 고파서 배낭을 뒤져 초코파이를 먹었다. 원래 청주에서 광주는 2시간 50분 걸리는데 오늘은 휴게소에서 쉬지 않고, 무정차로 광주까지 간다고 한다.

괴산 택시에 당한 일이 분해 죽겠다.

 

처음 전화를 받은 그 택시기사에게 쌍시옷 욕이라도 해야 분이 풀릴 것 같다. 겨우 진정하고 스르르 잠에 들었다. 일어나 보니 광주이다. 2시간 10분 걸려 24:20분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상무지구에 왔다.

아파트 앞에 24시 국밥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국밥에 소주 한 병 주문해서 반 병을 마셨다. 배도 차니 이제 살 것 같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내는 아직 자고 있지 않다. 문을 여니 "아고, 고생하셨어요 한다". 얼른 화장실에 가서 샤워하고 배낭은 그대로 둔 채 잠이 들었다.

 

 

(대야산 구간을 마치며)

우여곡절이라면 우여 곡절이고, 괴산 택시기사 때문에 광주에 못 올 뻔 했다. 광주에 못 가면 충청도 땅에서 자면 되지만 굳이 갈려고 하는 것은 오늘 하루를 깨끗히 마감 짖고 편히 쉬고 싶어서 일 것이다.

세상에 내 집처럼 편한 곳은 없다. 커뮤니케이션 상에 나도 문제가 있었다. 바쁘더라도 그 택시기사 핸드폰 번호를 문자로 보내 주라고 했으면 착오가 생겼을 때, 서로 통화하며 확실한 약속(=계약)을 할 수 있는데 그 점이 나에게도 아쉽다.

 

그 사람은 나와의 전화 통화가 확실히 한 약속이 아닌 걸로 판단해서 청주까지 손님이 가자고 하니, 시간이 돈이다고 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화가 나서 여러 응징의 방법을 생각했었는데, 광주에 도착하고 나니 그냥 흐지부지가 된다. 나에게 핸드폰 통화 기록 외에는 증거가 없지 않은가?

또 나에게도 약점이 있다. 굳히 법으로 타지 마라는 비법정로를 탔으니 공익기관에 호소하기도 어렵다. 오늘 같은 실수를 다음 대간 때는 되풀이 않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다음 대간은)

7월말부터 8월초까지 연속 대간을 타서 우선 많이 피곤하다. 나도 재 충전이 필요한 것 같다. 천천히 쉬면서 대간일정을 다시 짤 계획이다. 늦었지만 대간 기본계획서도 작성해 볼 계획이다. 갈수록 대간길이 집에서 멀어진다. 금요일 저녁에 밤차를 타고 출발해야 할지도 모르고, 텐트를 메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차분히 계획서에 대간을 하는 목적과 세부 절차를 명시하여, 어려울 때 이성적으로 나를 다독이고 싶다.

 

 

■ 17구간 주요지점 요약

주요지점

GPS
(km)

높이
(m)

요 약

늘재

늘재는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으로 북서쪽의 물줄기는 한강으로 흘러가고, 동남쪽 물줄기는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청화산

 2.4

964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자신을 스스로 靑華山人이라고 칭하며 '산의 높고 큼은 속리산에 미치지 못하나, 수석의 기이함은 속리산보다 훌룡하다'고 청화산을 극찬하였다고 한다.

우복동천이란 소의 배(애기보)처럼 안전하다는 뜻으로 속리산 부근의 지명에서 사용하는 말

 갓바위재

3.5 

 

 

 조항산

 1.1

953.6 

조항산은 대홍수 때 물 위에 떠 있는 정상부가 새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조항산이라고 함. 빼어난 산속에 수려한 계류가 있어 동천이라 함. 즉, 가장 살기 좋은곳

 고모치

 1.3

 

 할미통시

바위갈림길

 0.95

 

마귀할멈통시바위(해발 667m)는 대야산과 둔덕산 사이의 능선 상에 위치한 봉우리인데 '통시'는 변소(화장실)의 방언으로 정상의 바위모양이 여인의 궁둥이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간길은 삼거리에서 좌회전. 통시는 화장실을 뜻하는 영남 사투리. 옆에 손녀 통시바위가 있음

밀재 

 1.9

 

 대야산

 1.1

 930.7

 촛대봉

 1.3

 

 블란치재    

블란치재의 옛이름은 불한령으로 춥지 않은 고개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대야산과 장성봉에 가로막히고, 촛대봉과 곰너이봉 사이의 깊은 계곡에 자리하고 있어 한겨울에도 바람이 불지 않은 온화한 지역이라 그런 이름을 붙힌 것으로 보인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빈번하게 통행하였을 텐데 흔한 표지석 하나 세워져 있지 않아 옛길의 흔적이 점차 지워지고 있다. 

 곰넘이봉

 1.8

 733

옛날 곰들이 넘어 다녔다는 봉우리

 버리미기재

 1.0

 

'버리'라는 말은 보리를 뜻함이고, 미기는 메다를 뜻한다고 하낟. 이 둘을 합성해보면 보리+몌다 라는 뜻인데, 이것이 보리밭을 매는 것인지 아니면 보리자루를 어깨에 메는 것인지는 분명치가 않으나 궁핍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이 된다.

빌어먹이다의 경상도 사투리

합계

16.35

 

 ※ 17구간 주요지점 산행거리 : 고산자의후예들 지도 gps 거리

 

 

 

 

 

▼ 늘재-대야산-버리미기재 지도

 

▼ 산경표

 

 

▼ 늘재-대야산-버리미기재 산행계획서

산행계획서를 작성해도 현지에서 많이 수정하게 됩니다..그래도 작성해야 응급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정표로 업무를 하기 때문에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 늘재 도착

▼ 대간표지석은 산림청이 세운 것이 아니고 개인이 세웠습니다.

▼ 성황당

▼ 성황당 유래비 뒤로 대간길은 시작됩니다

▼ 성황당 유래비 뒷면

읽어보니 성황당은 길손의 무사여행을 기원하는 소박한 민간 토속이다고 하네요

또 성황당을 창건한 이는 전상석 처사라고 하네요

▼ 성황당 유래비를 지나면 들머리 표지가 보이고

▼ 청화산 정상까지는 늘재에서 고도차 500미터를 극복해야 합니다.

 

▼ 눈에 익은 산악회...

 

 

 

▼ 정국기원단...편안할 정, 나라 국자이니 편안한 나라를 기원한다는 뜻이네요

▼ 속리산 산너울이 보이네요

 

▼ 도장산

 

'靖國祈願壇' 나라가 편안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

인터넷에 찾아보니 야스쿠니 신사가 한자로 '靖國神社'라고 한답니다. 白頭大幹 中元地, 不失其朝, 三派水 등의 글자도 새겨져 있습니다.

'不失其朝' 그 근본을 잃지 말라는 뜻인가요? 누가 이렇게 좋은 뜻을 이곳에 펼쳤을까요?

 

 

 

 

▼ 청화산

 

▼ 우복동천의 시루봉과 대간로의 갈림길

 

 

 

▼ 우복동천의 시루봉, 연엽산

▼ 다시 조항산을 되돌아 보고

▼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

▼ 앞이 조항산, 뒤가 둔덕산...

할미통시바위갈림길에서 할미통시 쪽으로 가면 둔덕산이 나옵니다..

꼭 가보고 싶은 산이었습니다.용추골에서 오르면 됩니다

▼ 아, 대야산이 보입니다.

좌측에 하얀 바위산이 중대봉, 오른쪽이 대야산..오른쪽은 조항산

 

▼ 이 앞주 대간을 연속 4일 다녀오고 나서 산행기를 쓰느라 공부를 못하고 대간을 갔더니 산이 잘 안 보입니다.

산행 중, 이 지도 저 지도 펴 놓고 찾아봅니다.

 

 

▼ 다시 조항산

조항산이 조망은 끝내 주었습니다.

대홍수 때 물 위에 떠 있는 정상부가 새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조항산이라고 한답니다. 

▼ 조항산 오른쪽은 둔덕산

 

 

 

 

 

 

▼ 괴산군 청천면 의상 저수지가 보입니다

 

 

 

 

▼ 궁기리

 

▼ 백악산, 낙영산 도명산 방향..아름다운 산 너울..산너울 뒤는 화양구곡

속리산 3대 구곡은 화양,쌍곡,선유동구곡...괴산에는 35대 명산이 있습니다.

▼ 다시 조항산 너머 둔덕산이 보입니다

▼ 갓바위재..일반등산객은 의상저수지에서 갓바위재로 많이 올라 온답니다.

▼ 좌측 연엽산, 우측 시루봉..앞쪽은 궁기리

 

 

▼ 다시 백악산 방향

▼ 속리산 산너울

▼ 백악산

 

▼ 조항산 전망대에서 청화산을 되돌아보고

 

▼ 아름다운 속리산 산너울..앞쪽 마을이 화북면 장암2리네요...

 

▼ 다시 우복동천의 시루봉을 보고

 

▼ 제가 백악산을 많이도 찍었네요..

 

▼ 조항산을 많이도 찍었네요..

그저 조망이 좋아 더위도 잊고 좋아라 어쩔 줄 몰랐답니다.

▼ 다시 궁기리

▼ 아 이제 대야산이 가까워 집니다

 

▼ 바위산은 좌로부터 중대봉, 대야산, 마귀할미통시바위

▼ 도명산이 있는 화양구곡 방향 산들입니다.

▼ 백악산, 낙영산, 도명산

 

▼ 밧줄에 매듭이 있어야 오르기 쉽습니다.

▼ 조항산..새머리처럼 생겼죠?

 

 

   ▼ 이제 조항산에 오르니 대야산이 선명합니다.

   대야산은 원래 선유산이었답니다. 선유산이 나중에 대야산으로 바뀌었고..

   퇴계 이황선생이 선유동계곡이 아름다워 오래 눌러 않은 곳이고..화양구곡은 우암 송시열 선생과 인연이 깊습니다.

   문경사람들은 용추계곡도 선유동계곡이라 한답니다.. 쌍곡계곡은 작년에 우리 나사모에서 갔던 칠보산 그곳 계곡

▼ 인간들이 휴칙하게 파 놓은 채석장도 보입니다

속리산부터 계속 100대 명산입니다..대야산, 희양산, 조령산, 황장산..우리나라 최고의 조망처입니다

할미통시바위 뒤로 희양산도 보입니다

 

 

 

▼ 춘천닭갈비 여사장님이 싸준 점심을 먹고..물 김치에 맛있게 점심 먹었습니다. 

 

 

 

 

 

 

▼ 밀재

괴산방향은 선유동계곡, 문경방향은 용추계곡

 

 

 

 

▼ 소나기가 몰려옵니다.

 

▼ 천둥 번개가 치고 심하게 소나기가 옵니다...일단 바위 밑으로 피신

 

 

▼ 소나기가 그쳤습니다..중대봉

 

 

▼ 100대 명산 대야산 ..옛 문헌에 보면 선유산이라고 했다네요..

 

 

 

 

 

▼ 직벽으로 내려 가는 길에 위험 출입금지 표식이 있습니다

 

 

▼ 사진이라 그렇치, 상당히 위험한 코스입니다.

 

 

▼ 촛대봉을 오르다 대야산 북벽을 찍었습니다..거의 직벽입니다..

 

 

 

▼ 다시 늠늠한 대야산 

▼ 촛대봉

 

▼ 블란치재

 

 

 

 

▼ 미륵바위

 

▼ 곰넘이봉

▼ 다음 구간 장성봉 방향인데..구름에 가렸네요

 

 

 

▼ 버리미기재의 다음 구간 장성봉 들머리..여기도 비지정로이네요..

▼ 버리미기재 감시초소

버리미기재는 빌어먹이다의 경상도 사투리

쉽지 않은 구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산이었습니다.

아직 다리 심이 남아 아름다운 산하를 거닐며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홀대간 각오처럼

빠르게 가기 보다는.. 산을 느끼며 자연속에서 여유로운 대간길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시 잡아 봅니다..

아무래도 대간에 동력을 받으려면 여러분의 격려가 필요하기에 ...생채 같은, 날 것 같은 허접한 산행기를 올립니다.

끝까지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조망 참고자료)



청화산 (靑華山) 984m 조항산 (鳥項山) 951.2m


청화산과 조항산은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의 경계 선상에 있으며 백두대간이 눌재를 넘어 속리산으로 연결되기 직전, 남북으로 약 5km의 거리를 두고 솟아있는 명산이다. 두 산은 오지에 있는 산이라 때묻지 않고 깨끗해서 좋다. 연결 종주해도 좋은 산이고 한 산만을 선택해도 당일 코스로 적당한 산이다. 그런데 등산로 중 905고지의 삼거리에서 777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막아놓는 경우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청화산의 눌재에서 오름길에는 기암과 노송이 어우러져 경관이 좋고 큰 돌들이 포개어져 있는 정상에는 표석과 표지목이 있을뿐 공터는 없다. 조항산은 조망이 뛰어나고 갓바위재와 중간지점에 있는 병풍 같은 암릉지대가 이 산에서는 제일 절경이며, 정상 서편 777봉 주변 암릉지대에 있는 거암군 또한 일품이다.

-김형수저 한국400산행기에서 발췌-

 


 

 



일망무제의 조망이 터지는 헬기장 (청화산 정상과 불과 1~2분 거리임.) <11:14>



청화산 정상 직전의 헬기장에 오니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집니다.

이곳에서 파노라마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무리의 산님들이 올라옵니다.(마산.창원 ‘푸른솔산우회’ 약 40명)

“자아~ 여기서 술 한 잔하고 가입시다.” 하며 키가 짧달 막한 산님 한 분이 외치며 저 산은 무슨 산 저 산은 무슨 산 하여

염화시중의 미소를 짓으며 경청하는데 듣고 있는 한 무식한(?) 회원 왈‘ “그냥 먼 산”이 정답이랍니다. (이런 분은 만년 5급짜리 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키가 짧달 막한 산님은 바로 회장님이셨습니다. 조망해설을 부탁하였으나 별로 수확이 없습니다. ^^;

암튼 우리 먼저 헬기장을 떠나는데 곧 청화산 정상이 나타납니다. (술 한 잔 한다는 그들도 곧 이어 뒤따라옴.)

 

 


헬기장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 클릭한 후 다시 우하단 마크에 클릭하면 산 이름이 나옴 <11:16>




 

 


점심식사 후 871m봉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 클릭한 후 다시 우하단 마크에 클릭하면 산 이름이 나옴 <13:16>






 



871m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조항산 (조각칼로 흠집을 낸듯한 임도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옴.) <13:18>






 



속리산 라인 만을 다시 한번 줌으로 당겼다. - 잠시 후 살떨리는 암릉구간이 기다림. (우회길 없음.) <15:28>

 

★ 今日산행궤적









조항산 정상(951.2m)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