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함, 번민, 그리고 하루)
삼일절 쉬는 날이 다가 온다. 이틀 전 일기예보를 보니 삼일절날 날씨가 아주 맑다.
나사모산우회에서 번개는 있는데 50km가 넘는다. 어디를 갈까 망설여진다.
조망이 좋다면, 그래 금남호남정맥 3구간을 가자고 검토해 본다. 1.2구간은 개인적으로 산행했기 때문이다.
전날 퇴근전에 와이프한테 전화해서, 내일 금남호남정맥에 가겠다고 전화한다.
누구랑, 가냐고 한다. 나 혼자라고 했더니..괜찮겠냐고 걱정한다.
퇴근해서 일기예보를 보니 날씨가 춥다고 되어 있고,
3구간 시루봉쪽에서 멧돼지를 많이 만났다는 산행후기를 보아, 걱정된다.
아내랑 저녁 산보를 하면서, 멧돼지 애기를 했더니, 가지 말라고 한다.
그럼, 안가겠다고 하고, 집에 와서 인터넷을 보다 보니, 어쩐지 아쉽다.
누구랑도 아니고 홀로 산행을 하자니, 거실에 앉아 있는 아들 딸에게도 눈치가 보인다.
그래, 한번 가기로 한 것.. 가자! 아내 한테 도시락을 부탁하고, 저녁 11시 30분에 잠이 들었다.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세수하고, 차려 놓은 아침을 먹고 5시 50분에 차를 몰고 나간다.
조용히 음악을 듣고 광주대구간 고속도로(구 88고속) 남원을 지난다.
문덕봉, 고리봉 싸나운 산너울이 보기 좋다. 그래 카프리 고민은 했지만 좋아하는 것...오늘 산행을 시도하기 잘했단 생각이 든다.
휴일날 집에서 늦잠을 자고, 편히 쉬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해보는 것도.. 인생이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고속도로를 지나자 고산지대인 장수에는 눈이 많이 쌓였다. 속도를 줄이고 운전하다 보니
아침 8시가 다 되서야 장수군 천천면에 있는 와룡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관리사무소 입구에 젊은 휴양림 남자 직원이 서 있다. 미남이다. 등산을 하는데 차를 자연휴양림에 정차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라고 한다. 차가 멈쳤더니...눈길에 차가 미끌려 올라 갈 수 없다. 젊은 직원이 뒤에서 차를 민다.
그래도 계속 미끌려 다시 빽에서 내려갔다 탄력으로 자연휴양림에 무사히 주차했다.
친절한 직원께 지면으로나마 감사 드린다.
참고로 자연휴양림은 산림청에서 운영하니...어렵게 경쟁을 뚫은 산림청 공무원일 것이다.
3월의 마지막 눈꽃 산행이었다. 진안군 백운면 산꽃 마을의 풍경이 평화스럽다.
금남호남정맥 3구간을 홀로 산행했다. 사람을 딱 한 명 보았다.
시루봉과 성수산에서 덕유산 주능의 하얀 산너울도 보았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하루가 갔다...
산에 있으면 맘이 편안하다.
1. 산행일시 : 2016. 3. 1(화) 08:07 ~ 17:30 (9시간 23분)
- 날씨 : 맑았으나, 조망은 보통
2. 산행지 : 금남호남정맥 3구간(오계치-성수산-옥산동(1차선포장도로)
- 산행거리 : 16.6km(트랭글gps)
- 들머리 : 와룡자연휴양림(전북 장수군 와룡리)
- 날머리 : 1차선포장도로(전북 진안군 진안읍 반월리 907-1)
(옥산동에서 1km 지나)
3. 누구랑 : 카프리 홀로
4. 특기사항
- 3월의 눈꽃산행 [2.29(월)에 전남, 전북지역에 비가 내렸고, 고산엔 눈이 내렸음)]
- 등산객을 1명 만나, 인증샷(시루봉 근처)
- 신광재에 고랭지 배추밭이 많음(그래서 이 구간에 먹을게 많아 멧돼지가 많은가 봄)
- 날머리에서 들머리까지 택시비 33,000원
- 시루봉과 성수산에서 덕유산 주능에 완전히 덮은 설산을 봄
산행지도
차를 몰고 가다..팔공산이 보여 차에서 내려 한장 찍고
해가 뜹니다..
삼월은 봄 기운이 다가섭니다.
희망의 달입니다.
오늘 들머리인 와룡자연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자연휴양림 내에 야영장이 잘 갖추어져 있고
조망이 좋고 멋진 정자가 있는 시루봉 정자까지 1.4km 거리여서
가족이랑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연휴양림에서 본 삿갓봉
눈이 쌓여 있으나...
개울물이 흐릅니다..봄이 다가오는 소리
삿갓봉까지 1.4km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홀로 걷습니다.
카프리는 개척자입니다.
이렇게 처음으로 길을 낸다는 것도..기분 좋습니다.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
오계재에 도착
오늘 산행에도 준.희님이 설치한 표지판을 많이 봅니다.
홀로 산을 타니 더 고맙게 느낍니다.
그래서 준.희님 자료를 월간 산에서 뒤져보는데 마땅한 게 없습니다.
몸은 좀 뚱뚬하고 후덕하게 생기신 부산에 사는 75세 산악인입니다.
표지판이 깔끔해서 좋습니다
(준.희님)
우리나라 지맥의 전설적인 인물이신 준.희(최남준)님은 부산 사시는 분입니다.
오지 산을 탈 때마다 준.희님 표지판을 만납니다. 올해 나이가 75세라고 합니다.
부인과 사별한 후 자신과 부인의 이름자를 딴 "준·희" 표지기를 만들어 붙임으로써
마음은 항상 부인과 함께 산행을 하는 열부(烈夫)라고 합니다..
아무도 오르지 않은 삿갓봉을 향해 오르고
눈꽃1
하얀 눈으로 뒤덮힌 진안군 백운면 산골마을이 평화스럽습니다.
눈꽃2
눈꽃 3
건너편 천상데미봉도 보입니다.
데미는 더미의 사투리라고 합니다.
더미는 봉우리의 뜻
데미샘은 섬진강의 발원지
(사실 저 봉우리는 깃대봉인데...최근 정자를 지면서 천상데미봉이라는 표지판을 붙힘)
삼월의 눈꽃 계단
아름답습니다..
그저 설경에 취해 행복합니다.
터벅 터벅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정자에서 바라 본 오계재부터 천상데미봉까지 조망
천상데미봉부터 장수 팔공산까지 산너울
아름다운 산골마을(진안군 백운면)
가운데 산은 임실군 성수면 소재 성수산
이번 구간은 임실 성수산(876m)을 보고, 진안 성수산(1,059m)을 지납니다.
전망대입니다...
산골마을의 1억원짜리 오페라를 보는 기분입니다.
선각산도 보고
(선각산 仙閣山 1100m / 전북진안군백운면 소재)
높이 1,100 m. 노령산맥과 소백산맥 솟아 있으며,
주위에는 덕태산(德泰山:1,113 m) ·성수산(聖壽山:876 m) ·팔공산(八公山:1,151 m) 등이 있다.
남쪽 기슭에 화암저수지가 있으며, 여기서 흘러나간 물이 섬진강의 상류를 이룬다. 부근에 덕유목장 ·덕소목장이 있다.
이 산줄기에 있는 신암리 봉황산 상추막이골데미샘이 섬진강의 발원지(發源地)이다.
-두산백과-
신선 선(仙)에 누각 각(閣)자 이니...예전부터 명산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노령산맥과 소백산맥은
언제 백과사전에서 벡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이라고 쓰일런지?
비박하기 좋게 생겼습니다.
배낭카바를 안 쒸어서...눈에 젖었습니다.
여기서 커피와 간식을 먹고...천천히 쉬었다가...
제가 장갑낀 손으로 눈을 닦습니다.
카프리는 홍두깨재와 시루봉을 거쳐...신광재를 향해 갑니다..
눈꽃4
와룡자연휴양림이 있는 장수군 천천면 방향입니다.
남기는 것은 발자국, 가져가는 것은 추억뿐...
경주 남산(금오산) 정상석엔가 쓰여 있더군요..
이번 일요일엔 집안행사가 있어 멋진 남산과 토함산을 못가게 되어 아쉽습니다..
저 암봉은 1098.8m봉에 올랐습니다.
암봉에 올라...조망을 한창 구경합니다.
혼자라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실컨 사진을 찍습니다..
지도도 봅니다.
암봉에서 조망
삿갓봉과 멀리 팔공산이 보입니다.
선각산
좌측 덕태산부터 우측 시루봉까지 산너울이 보입니다.
멋집니다..
우측에 시루처럼 뽀쪽 튀어나온 것이 있어 시루봉이라 한 것 같습니다..
가야할 정맥길...시루봉 앞쪽에 홍두깨재가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안 보이네요
내려 가려는데
준.희님의 1098.8m 표지판이 보입니다.
카프리 표식지 한 장 걸고...
오늘 스패츠가 아주 유용합니다.
3월 산행에 스패츠 착용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산죽길도 지나고
산죽길에 자주 멧돼지를 만난다는 후기를 본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곧 나옵니다.
홍두깨처럼 생겼다는 홍두깨재는 장수군 천천면과 진안군 백운면을 넘는 고개
시루봉 조금 못미쳐...오늘 처음으로 등산객을 만납니다.
카프리 인증샷 한 장 찍고
인증샷을 찍어 준 분은...인천에 사시는 청풍님
현재 전주에서 임시로 일하고 있답니다.
한참 애기를 나눴습니다.
1대간 9정맥을 10여년 전에 마치고...지금은 좋은 산을 찾아 매주 산행을 한다고 하십니다.
내가 백두대간을 왕복종주하고 있다고 하니...
청풍님도 대간을 왕복종주를 하셨답니다.
금남호남정맥의 이정표
시루봉은 좌측 덕태산 쪽으로 100미터 정도 가야 있는데
표지판이 잘 못 서 있습니다.
어느분이 이렇게 제작했을까요?
광주의 유목인 명품산행이라는 리본이 달려 있네요..
시루봉에 올랐습니다.
걸어 온 길을 봅니다.
천상데미봉에서 오계재를 거쳐 삿갓봉에 오르는 오계재는
90도 꺽여 있어 남덕유산이나 사두봉 인근 활공장에서 봤을때는 전혀 오계재가 안 보입니다.
홍두깨재도 활공장에서는 안 보입니다. 산에 가려서...
덕태산 방향인데...시간상 가지 못해 아쉽습니다..
저기가 덕태산인줄 알았는데...저산을 넘어야 덕태산이 있습니다.
좌측이 장안산이고..우측이 사두봉입니다.
장안산을 당겨봤습니다...기와지붕처럼 평평합니다
이유는 장안산,중봉,하봉이 모두 1,200미터가 넘은 산너울이기 때문입니다.
시루봉에도 카프리 표식지 한장 달고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아침에는 추웠는데..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하얀 설산이 덕유산입니다.
신광재를 향해 내려갑니다
신광재 도착
되돌아본 시루봉 방향
고랭지 채소밭이 있으니..먹을게 많아..멧돼지가 많은가 봅니다...
좌측부터 천상데미봉 삿갓봉 시루봉
신광재 고랭지 채소밭을 횡단하여 능선에 붙습니다..
오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931.5m 준.희님 표지판
가운데 높은 봉우리가 진안 성수산입니다.
하얀 눈으로 뒤덮힌 덕유산 주능선....
헬기장도 지나고
뒤돌아보니 시루봉과 덕태산도 보입니다
뒤돌아본 921.5m봉
어렵게 진안 수산에 올랐습니다.
성수산에서 하얀 설산 덕유산을 찍고
장안산도 찍고
성수산 삼각점
성수산 정상은 잡목속에 있었습니다.
저 잡목을 뚫고 ...조망 사진을 찍었답니다.
복지봉(1006.8m)
마이산이 보입니다
904.9m봉
준.희님 수고로움이 없었다면 무슨 봉우리인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겁니다.
준희님이 어떻게 저 높은 곳에 표지판을 달았을까 궁금했답니다
알고보니
사별한 내에 대한 그리움을 시그널에...
시그널 부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개조된 스틱을 가지고 다닌답니다...
767.7m봉
저 표지판은 갈고리는 너무 높습니다..
아마 사다리를 메고 왔거나..나무를 타고 올라간 듯...
다음카페에 홀산모임이 있더라고요..
산을 탄다면...한번쯤 참여해도 보람이 있을듯한데...
저 처럼 초짜도 가능할지....원...
진안땅 같은데...임실과 경계인 것 같습니다...
옥산동에서 다시 30번 국도를 향해 갑니다...
지나온 봉우리1
지나온 봉우리 2
저는 좌측 경사면으로 내려왔습니다.
벌목지도 지나고
515.7m봉
여기서 장수군 천천면 개인택시에
5시 40분까지 30번 국도에 오라고 전화하고
삶이란 산행 상수라는 말이 멋져 한장 찰칵
515.7m봉이 옥녀봉인가 봅니다.
마이산이 아주 가까워졌습니다.
택시에게 다시 전화해서
진압읍 반월리 907-1 1차선 도로로 오라고 합니다..
이유는 현재 시간이 5시 20인데
30번국도까지 가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요...
택시를 타고
장수군 천천면 와룡자연휴양림에 가서 차를 회수해서 오늘 산행을 마쳤습니다.
택시비는 33,000원
차를 몰고 광주에 오는데 너무 졸렸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막걸리 1병을 마셨습니다.
아내, 왈,
이렇게 힘들게 산행할 필요가 있냐고 묻습니다.
일단 당신 의견이 맞다고 긍정은 했습니다만,
주화산까지 남은 금남호남정맥 마지막 한개 구간은 마치고...
다음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오룩스gps로 다운 받은 지도입니다.
금남호남정맥 산경표
트랭글 지도
트랭글 고도표
너무 천천히 산을 탔네요..
그러나 행복했습니다.
산에 있다는 것이...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야 하겟죠?
주체는 카프리이고, 산은 객체로만 여겨야 겠다는 생각도 했답니다.